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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이 온세상을 뒤덮자 무민 가족은 전나무 잎을 잔뜩 먹고 겨울잠을 잤다. 그런데 갑자기 달빛이 어린 무민의 단잠을 깨운다. 엄마 아빠를 흔들어봤지만 일어나지 않는다. 봄이 오려면 아직 멀었다. 무민은 춥고 외로웠고 두려웠다. 혼돈에 빠져 있는데 정체 모를 이상한 녀석들이 나타나고 추위를 피해 손님들까지 들이닥친다.
그래도 무민은 용기를 내서 겨울 세상으로 나간다. 얼음 여왕이 할퀴어 버린 다람쥐 장례식을 치러주고 눈보라와 싸우며 성장한다. 따뜻한 심성과 공감 능력으로 위기를 잘 헤쳐나간 무민은 "이제 나는 다 가졌어. 한 해를 온전히 가졌다고. 겨울까지 몽땅 다. 나는 한 해를 모두 겪어 낸 첫 번째 무민이야"고 스스로 기특해한다.
높이 3.6m, 너비 16m에 달하는 벽면에 설치된 미디어아트 `무민의 겨울` 속에서 하마를 닮은 핀란드 캐릭터 무민이 일생일대 모험을 하고 있었다. 2020년 무민 탄생 75주년을 맞아 서울 그라운드시소 성수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 원화전 `무민 오리지널` 하이라이트다. 코로나19와 혹한에 힘겨운 관람객들이 무민의 시련에 공감하고 용기를 나눠간다. 모진 풍파 속에서도 무민 가족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아름답다"고 역설하기 때문이다.
핀란드 국민 작가 토베 얀손 여사(1914~2001)는 1945년 조카에게 북유럽 전설 속 괴물 `트롤`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하얗고 포동포동한 캐릭터 무민을 창조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어린이들에게 평화와 관용의 가치를 일깨워 주고 싶어서 사랑과 우정, 믿음을 강조하는 무민을 탄생시켰다.
작가의 선의가 독자와 교감하면서 소설과 그림동화, TV 만화 영화, 극장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으로 제작돼 전세계인을 사로잡아왔다. 1945년 첫 소설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로 출발해 1954년 당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던 영국 신문 `이브닝 뉴스`에 무민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세계 무대로 나갔다. 일본에서 1969년, 1972년, 1990년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면서 아시아에도 익숙한 캐릭터가 됐다. 국내에서는 2001년 애니메이션이 처음 방영됐으며, 현재 재능방송에서도 상영중이다. 핀란드 난탈리 무민 테마파크 뿐만 아니라 일본 사이타마현 무민 테마파크, 제주도 무민랜드가 운영중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26년에 걸쳐 무민 연작소설 8편을 쓰고, 6년에 걸쳐 무민 만화를 연재하고 그림동화책 4권을 그리며 `무민의 세계`를 일군 얀센은 어린이 문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하고 핀란드 최고 훈장을 받았다.
이번 서울 전시는 990㎡(300평) 규모에 무민 원화와 삽화 작품 총 250여점을 펼쳤다. 소설에 등장하는 펜화 등은 핀란드 무민캐릭터스와 얀손 집안에서 소장한 원화를 직접 공수했다. 1950년 설립한 무민캐릭터스는 세계적으로 라이선스 600여개를 갖고 침구, 가구, 조명, 문구 등 무민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전시장은 크게 확대한 그림동화 책 속 같다. 무민이 산꼭대기에서 모자를 가져온 후 온갖 기이한 사건이 일어나는 무민 소설 연작 `마법사가 잃어버린 모자`를 재현한 전시장 바닥에는 모자가 비스듬히 놓여 있다. 천문대에서 불타는 별 혜성을 관측하고 공포에 떠는 `혜성이 다가온다`, 골짜기가 싫어서 등대섬으로 간 무민 가족이 파도와 바위에 둘러싸여 사는 `무민 파파와 바다`, 해일에 떠내려온 낯선 집으로 몸을 피하는 `위험한 여름` 장면 등이 입체적으로 이어진다. 3D애니메이션 `무민밸리`도 감상할 수 있다. 그룹 카라 출신 가수 니콜, 작곡가 이경섭이 참여한 음악도 전시장을 감돈다.
전시를 기획한 미디어앤아트는 "무민은 온갖 모험을 통해 `그래도 세상은 한 번 살아볼 만하다`고 알려주는 북유럽 힐링 캐릭터"라며 "코로나19 시대에도 삶을 긍정적으로 보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전시는 11월 14일까지.
원분보기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21/01/98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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