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빨강머리 앤’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후 가장 정겹고 사랑스러운 소설 속 인물이다”라고 했고, 미국 웹진 ‘슬레이트’는 기사에 ‘여성 아웃사이더들의 수호 성인이다’라고 썼다. 긍정적이고 상상력 풍부한 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조금 서두르자. 며칠 남지 않았다.
▶Info
-장소 갤러리아포레
-기간 ~2019년 10월31일
-티켓 성인 1만5000원,
-학생 1만2000원, 유아 1만 원
-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 (입장 마감 오후 6시)
1908년 캐나다의 소설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는 사랑스런 소녀를 만들었다.
원제는 『Anne of Green Gable 초록 지붕 집의 앤』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빨강머리 앤’이라 부른다. 붉은 머리는 양 갈래로 땋았고 볼에는 귀여운 주근깨가 가득하다. 하지만 이 소녀, 사연이 기구하다. 어릴 때 부모를 여의고 세상의 풍파를 정면으로 만났다. 그러다 ‘초록 지붕 집’으로 입양 온다. 이곳에서 앤은 처음으로 가족과 친구가 ‘왜’ 필요한가를 느끼게 된다. 앤은 주변 사람들과 교감하며 성장하고, 앤으로 인해 그녀 주변의 사람들 역시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태도를 접하게 된다. 그것은 ‘무한 긍정’이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치고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힘들게 해도 앤은 씩씩함을 잃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말하고, 더 웃고, 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간다. 어쩌면 앤이 보여 주는 모습은 단순히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라’고 한마디씩 거드는 것이 마음에 와 닿지 않는 요즘 세대 청춘들에게 ‘주체적인 자기 발견’인 것이다. ‘레트로 캐릭터의 뉴트로적 해석’이다. 전시 ‘내 이름은 빨강머리 앤’은 출간 이래 변함없이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소설 『빨강머리 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우리 마음속에 추억으로 남아 있는 빨강머리 앤을 회화, 애니메이션, 설치 작품, 음악 및 영상 등을 통해 새롭게 만나는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은 어린 시절의 친구 앤을 다시 꺼내어 보며, 긍정적이고 상상력 풍부한 앤처럼 즐겁고 흥미로운 일상을 만들어 갈 힘을 얻을 수 있다. 전시에서 관람객들은 앤과 이웃들, 아름다운 배경을 만나 볼 수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 2차원 세계로만 만나던 이야기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관람객들의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3차원 전시로 오감을 만족시키고, 지금 한국 예술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아티스트들이 만든 그림, 영상, 음악 설치 작품을 통해 앤과 앤의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다. ‘빨강머리 앤’을 소개하는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전시는 원작가 몽고메리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진다. 이어 앤이 에이번리의 초록 지붕 집으로 오기 전까지의 시간, ‘공상가의 방’에서는 앤의 뛰어난 상상력이 빛을 발한다. 처음으로 갖게 된 자신의 방의 모습이나 그토록 입고 싶은 퍼크 소매 옷을 상상할 때 더욱 빛을 발하는 십대 소녀의 상상 속 방과 패션 아이템을 보여 준다. 그리고 앤의 ‘영원한 친구 다이애나’ 챕터에서는 앤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 다이애나와, 처음 만나자마자 서로를 알아보았던 두 사람의 우정을 엿본다. 앤을 특정하는 ‘빨강머리’ 챕터 또한 흥미롭다. 콤플렉스가 많은 앤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바로 빨강머리다.
앤은 상대가 누구든, 자신의 콤플렉스를 무례하게 지적하는 사람을 참고 넘긴 적이 없다. 그리고 ‘에이번리의 다정한 이웃들’도 눈길을 모은다. ‘말할 수 없는 친구 길버트’ 챕터는 홍당무라는 말 한마디를 잘못하는 바람에 몇 년 동안 투명 인간 취급을 받는 비운의 인물이지만, 학창 시절 내내 앤과 엄청난 영향을 주고받는 길버트를 조명한다. 항상 길모퉁이를 돌면 새로운 미래와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 앤. 그녀의 깡총한 빨강머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지친 우리에게는 ‘다감한 위안’이 일어난다.
[글 김은정(프리랜서) 사진 ‘내 이름은 빨강머리 앤’ 공식 홈페이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99호 (19.10.1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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